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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 size='4'> [신기원 목요칼럼] 탈시설화와 캠프힐</font>&l…

과거 장애인주거시설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느낀 점은 장애인들이 알게 모르게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시설을 평가하기 위해 주소를 보고 찾아가다보면 시설들이 십중팔구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거나 한적한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입력 2020.02.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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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과거 장애인주거시설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느낀 점은 장애인들이 알게 모르게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시설을 평가하기 위해 주소를 보고 찾아가다보면 시설들이 십중팔구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거나 한적한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시내권에서 함께 거주하기 보다는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을 격리하거나 배제하고 있구나라는 것이 그 당시 든 생각이었다.

     

    장소적으로 외진 곳에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 형성되다보니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행정이나 언론의 감시가 철저하지 않고 시설이 외부와의 접촉을 막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되다보면 학대나 착취와 같은 부조리한 행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내부고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회에서는 그곳의 실상을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갖지 않는다. ‘00복지원사건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면서 불거진 것이며 탈시설화는 이런 연유에서 비롯되었다.

     

    탈시설화는 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돌봄을 의미하는 것으로 장애인커뮤니티형성을 위한 방안이다. 탈시설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대규모시설에서 30인 이하의 소규모시설로의 전환도 포함된다는 입장에서부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완전히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입장까지 다양하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방문한 스코틀랜드 뉴튼디에 있는 장애인공동체 캠프힐은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캠프힐이 탈시설화한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일행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다. 캠프힐은 생활시설과 직업재활시설(workshop)이 일정한 장소에 공존해 있으며 구성원은 거주자인 장애인과 자원봉사자(co-worker) 및 담당자(workmaster)들이다. 이들은 숙소에서 함께 살고 함께 식사를 하며, 직업재활시설로 출근해서는 각자 능력에 따라 작업을 실시하거나 돕고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필자가 방문한 캠프힐에는 작업능력이 가능한 장애인 80여명과 비장애인인 자원봉사자 및 워크마스터와 그들의 가족들 100여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캠프힐의 경우 공동체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탈시설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탈시설화가 추구하는 바인 사회통합이 이곳에서 실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마을 자체가 장애인생활공동체로 지칭된다는 점에서는 탈시설화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탈시설화란 개별 장애인시설로 분류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캠프힐의 탈시설화 여부는 탈시설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러한 논의와 별개로 캠프힐에서 부러웠던 것은 장애인들과 생활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그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각 개인의 가치관의 문제이며 삶의 방식과 관련된 것이었다. 장애인거주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조차 혹시 장애가 있지 않느냐고 의심을 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한국에서 과연 어떤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나설 용기를 갖겠는가. 또 속도와 효율성이 강조되고 치열한 경쟁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현 사회체제하에서 누가 감히 느리고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자원봉사자로 나서겠는가.

     

    장애인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지역사회에서 통합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탈시설화정책이 추구하는 바이다. 즉 장애인들도 지역사회자원을 이용하고 지역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지역사회의 이웃들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역사회중심재활을 통한 사회통합이자 탈시설화이다. 장애인을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하거나 치료받아야 할 대상으로 낙인을 찍어 무시하고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는 인간의 보편성 속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다양성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자연친화적 가치관과 평등한 공동체를 추구하는 캠프힐에는 이러한 인식의 탈시설화가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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